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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말] 나는 왜 회사 지분 절반을 타이니에 매각했나
2026.04.21_ 라이언 노르바우어 Norbauer & Co. 창업자, 2025.3
“창업은 ‘심연을 들여다보며 유리를 씹는 것’이라고들 한다.
창업자로서 처음으로, 나는 더 이상 혼자 심연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웃고 있다.”
지구가 창업자들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등장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지분을 지키며 나 혼자 가는 것, 지분을 나누어 지구와 함께 가는 것. 어느 쪽이 더 좋은가?"
이 질문에 직접 답하기 전에 그 선택을 먼저 한 창업자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라이언 노르바우어는 럭셔리 키보드 브랜드 노르바우어(Norbauer&Co.)의 창업자입니다. 평생 외부 투자를 거부해 온 그는 2024년 회사 지분의 절반을 타이니(Tiny)에 매각했습니다. ‘미니 버크셔 해서웨이’라고 불리는 타이니는 수익성 있는 인터넷·디자인 기반 기업들을 인수해 장기 보유하는 캐나다의 투자 지주회사입니다. 지구와 유사한 철학과 지향점을 갖고 있지요.
노르바우어는 1년이 지난 2025년 3월 장문의 글로 타이니에 회사를 매각한 이유와 매각 이후에 일어난 일을 썼습니다. 창업자라면 누구나 겪었을 마음의 고통, 고민과 갈등, 선택과 결정의 무게가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노르바우어의 말을 발췌해 옮겨보았습니다.
*이 글은 라이언 노르바우어가 2025년 3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글 ‘The Outsider Option: Why I Sold Half My Company to Tiny’를 바탕으로 발췌·편집했습니다.
고통과 고독은 창업의 대가일까
창업은 흔히 “심연을 들여다보며 유리를 씹는 것”이라고들 한다. 연쇄 창업가로 살아온 나는 한 가지를 더 증언할 수 있다. 창업자의 삶은 종종 극도로 고통스럽게 외롭다. 아이러니하게도 직원과 고객이 많아질수록 그 외로움은 더 심해진다.
나는 늘 생각했다. 이건 그냥 창업이라는 거래의 일부라고.
이 글은 나의 우연한 럭셔리 브랜드와 매우 특별한 투자회사 타이니의 딜의 관한 이야기다.
세상에 하나뿐인 비전을 실현하려는 욕망을 가진,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투자자와 함께 일하는 위험을 걱정하는 모든 창업자를 위한 글이다.
많은 창업자들은 외투 투자를 ‘엑싯’의 경로로 보는 경향이 있다. 즉, 현금을 손에 쥐고 열대의 석양 속으로 떠나기 위한 수단 말이다. 그러나 나는 어떤 것에서도 ‘엑싯’하지 않았다. 여전히 노르바우어의 CEO이자, 다수 의결권을 가진 주주로서 사업에 대한 모든 통제권을 유지하고 있다.
성공할수록 무너지고 있었다
노르바우어는 워커홀릭에서 벗어나 ‘가볍고 부담없는 창작 활동’으로 시작한 ‘은퇴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수백만 달러 규모의 키보드가 팔리는 사업이 됐다. 의도하지도,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성공이 커질수록 원하지 않았던 부담이 늘어났다. 다시 유리 조각이었다.
주문 하나를 발송하는 데 드는 인건비가 2019년 8달러에서 2023년 104달러가 됐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커머스 인프라 개선 프로젝트에 25만 달러를 낭비했다는 것도. 경영을 더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이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멋진 키보드를 만들고 고객과 연결되는 것이었다. 그 목표에서 더 멀어지는 것은 끔찍했다.
이 모든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회사를 접을 뻔했다.
VC, PE, 상장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나는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하고 싶지 않았지만 창작 비전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 상황에서 일반적 창업자라면 외부 투자나 파트너를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선택지에 본능적으로 강한 거부함을 갖고 있었다. 나는 창업 인생 내내 투자자 중심 경영을 거부해왔다. 자금이 부족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투자의 본질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숫자를 올리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측정 가능한 것만을 최적화하려 한다. 스타트업의 전형적인 궤적은 대체로 이렇다. 회사는 처음에 무언가 좋은 일을 한다. 수익을 내고 열정적 고객이 생긴다. 성공은 투자를 끌어들이고, MBA 군단이 투입된다. 비용과 매출처럼 측정·통제되기 쉬운 것들이 과도하게 최적화된다. 문서로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하면 품질이 떨어진다. 고객 충성도도 함께. 브랜드는 평범함을 향한 긴 행진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MBA 관리자들은 이미 보상을 받고 떠나버린 상태다.
가장 중요한 것들은 애초에 측정조차 불가능하다. 고객의 즐거움과 충성도는 잡히지 않는 개념이다.
누군가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창업자의 역할은 겉보기에는 불필요하나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을 보호하는 것이다. 창업자는 투자자의 과도한 영향에서 브랜드를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투자자는 장기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상장. 좋은 선택지가 없어 보였다.
타이니가 달랐던 이유
2023년 어느 날 절망 속에 빠져 있을 때, 배우자가 말했다.
“앤드루 윌킨슨이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 아니었어? 그가 투자 회사를 운영한다는데.”
앤드루는 안티 목표(anti-goals)를 강조한다. 즉,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 안티 목표는 다음과 같다. 엑셀을 만지지 않기, 사소한 업무에 묻히지 않기, 혼자라고 느끼지 않기.
타이니의 제안은 간단하고 쉬웠다. 내 개인적인 재무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 투자. 그리고 운영을 전담할 유능한 경영자 투입. 그 대가로 회사의 49% 지분과 미래 수익의 일부.
재무관리, 세금, 은행 업무, 물류, 운영…. 이 모든 것이 내 창의적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었다. 나는 회사를 운영할 사람을 찾는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잘하지 못하는 일을 억지로 계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나는 깨달았다. 나는 나의 팀 쿡이 필요했다.
나는 통제권을 유지해야 했다. 그래야 커뮤니티가 내가 회사를 ‘돈만 보는 사람들’에게 넘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이 고객 경험을 해치지 않도록 막을 권한이기도 했다. 창업자의 'No'.
VC 업계 친구들은 전원이 반대했다. 사모펀드 쪽 경쟁 제안을 받아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선택지는 절대 고려하지 않았다. 노르바우어는 이미 충분한 자본이 있었다. 이론적으로 내가 직접 경영자를 고용할 수도 있었다. 나는 채용과 해고에 서툴렀고, 경영진 채용이라는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잘 해낼 자신이 없었다. 타이니는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한다. 그것이 그들의 핵심 역량이다.
그리고 앤드루는 몇 가지 극단적 상황에 대한 놀라운 답변을 내놨다.
“회사가 망해도 괜찮다. 함께 감수하자.”
“언제든 떠나고 싶으면 떠나라. 우리가 대신 운영할 사람을 찾겠다”
그리고 “그만 간섭하라”고 요청할 자유(The big red FUCK OFF button )를 보장했다.
나는 타이니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1년 후에 일어난 일들
타이니가 투입한 경영진 케일럽 버나베(Caleb Bernabe)는 필요할 때는 엑셀에 깊이 들어가지만, 그 외에는 내가 제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놔둔다. 나는 나의 팀 쿡이 생겼고, 안티 목표들을 모두 이뤘다.
타이니와 맞이한 두번째 해 2025년에는 고객경험을 총괄하는 김태하(Taeha Kim)를 영입했다. 혼자였다면 이렇게 좋은 인재들을 영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몇 년 동안 준비해 온 세네카 프로젝트는 2024년 내내 순조롭게 진행됐다. 비공개 에디션은 출시하자마자 매진됐다. 결과적으로 회사는 이전보다 더 수익성이 좋아졌다.
타이니 내부에서는 우리가 키보드를 몇 대 팔았는지보다, 브랜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더 관심을 가진다.
타이니와의 딜의 가장 큰 효과는 심리적이었다.
나는 재정적으로 완전히 안전해졌다. 그래서 더 이상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모든 결정이 내 정체성과 연결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더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 책임감 있게 만들었다.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책상 위 ‘꺼져 버튼’ 덮개를 열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항상 거기에 있다는 사실은 큰 안정감을 준다.
나는 예전에 이렇게 생각했다. 위대한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부담을 혼자 짊어져야 한다고. 창의적 자유의 대가는 고독이라고. 유리를 씹는 고통은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하지만 나는 틀렸다.
나는 단지 다른 종류의 투자자를 찾지 못했을 뿐이었다.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사업을 예술로 존중하는 투자자를.
스프레드시트를 대신 다뤄주면서도 그 너머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을.
그리고 나는 그들을 찾았다.
창업자로서 처음으로, 나는 더 이상 혼자 심연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
나는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웃고 있다.
노르바우어는 “나는 단지 다른 종류의 투자자를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썼습니다.
혼자 감당하는 일이 어렵지만 대안을 찾지 못해 고독을 선택한 창업자들이 있습니다.
투자자가 들어오면 비전이 흔들릴까봐. 제품과 브랜드가 평범해질까봐. 결국 내 회사가 아니게 될까봐.
그런 창업자들에게 지구는 다른 종류의 파트너가 되고자 합니다.
비전이 협상 대상이 되지 않고, 유리 조각을 씹는 고통을 함께 감당하면서, 장기적 성장을 만들어가는 자본.
노르바우어가 타이니에서 찾은 것을 지구가 한국의 창업자들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