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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말] 혼자 만든 5년, 이제는 함께 키우기로 했습니다

2026.07.27

- 행어(아르베) 하상민 대표·전형준 대표

지구홀딩스는 기업의 생애주기와 굴곡을 겪어 본 사람들이 모인 기업가 플랫폼입니다. 지구가 찾는 창업자, 지구와 함께하기로 한 창업자는 어떤 사람들일까요. 내일의 동료가 될 수 있는 창업자들에게 먼저 합류한 창업자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멋있는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맨땅에서 시작하고 견디면서 하나하나 만들어 온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행어를 공동창업한 하상민·전형준 대표입니다. 두 사람은 강남·대구에서 3개 살롱을 운영하다가 살롱 제품의 한계를 체감하고 직접 헤어·바디 브랜드 아르베를 만들었습니다. 투자받는 법도 몰랐고, 도움을 구할 줄도 몰랐습니다. 그냥 했습니다. 둘이서, 사비를 털어, 제조사 스무 곳을 두드리고 샘플을 수백 번 만들면서 5년을 지나왔습니다.

행어(아르베)는 지난 5월 지구의 네 번째 포트폴리오 기업이 됐습니다. 지구를 만나면서 의사결정의 방식이 바뀌었고, 몰랐던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고, 회의적이었던 선택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조용하고 단단한 두 창업자를 지구가 뚝섬역 근처 사무실에서 만나고 왔습니다.


“좋은 제품만 만들면 팔리겠지”하고

순진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미용실을 운영하다가 어떻게 직접 헤어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나요.

2015년부터 10년 넘게 서울 강남, 대구 등 3곳에서 헤어살롱을 운영해 왔습니다. 살롱에서 쓰는 프로페셔널 브랜드 제품들을 오래 써보니까 한쪽으로 치우친 게 많았어요. 특정 효능을 내려다 보니 다른 효능은 부족했어요. 그리고 성분은 독하고 라인업은 복잡한데 가격은 또 지나치게 비쌌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라면 성분은 정직하게, 가격은 합리적으로, 그러면서 살롱 제품처럼 효과는 확실한 제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 지점을 풀고 싶어서 아르베를 시작했습니다.

살롱 라인의 거품을 파괴하되, 성분은 순하고 효과는 높게. 그게 아르베의 기조입니다.

Q. 창업할 때 강점과 불리한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큰 강점은 ‘검증 환경’이었어요. 미용실을 운영하다 보니 제품에 대한 손님의 반응을 직접, 반복적으로 테스트해볼 수 있었습니다. 화장품은 연구원이 만들지만, 실제 고객이 썼을 때 어떻게 느끼는지는 현장에서만 정밀하게 알 수 있어요. 그 검증 환경이 제조사 연구원과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반대로 뷰티와 이커머스는 완전히 처음이었어요. 제조 OEM을 소개해 줄 지인 한 명 없이 맨바닥에서 시작했고, 제조원가나 판매가는 어떻게 정하고, 가격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등 경영·관리 경험이 전혀 없었습니다. 스스로 배우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Q. 창업 과정은 어땠나요.

2021년 9월부터 준비해서 2022년 10월에 출시했는데, 준비 기간이 생각보다 길었어요. 둘 다 제품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른 채 시작했어요. 제조사만 스무 곳을 만났고, 향료사·원료사·패키지 회사까지 합치면 더 많습니다. 샘플도 수백 번 만들었어요. 브랜딩, 이커머스, 물류까지 하나하나 처음부터 해내야 했습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힘들었지만 재밌었고, 재밌지만 힘들었다”예요. 이 두 감정이 늘 붙어 다녔습니다.

Q. 벽을 느낀 순간이 있었다면.

사실 어렵다는 것 자체를 힘들게 느낀 적은 없어요. 쉽지 않은 게 당연하고, 해야 하는 일이니 했던 것 같아요. 사실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했어요. 다만 방법을 모를 때는 막막했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 같을 때. 처음엔 ‘좋은 제품만 만들면 팔리겠지’라고 순진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초기에 고전한 이유는 뭘까요.

아르베는 강력한 단일 셀링포인트가 있는 제품이 아닙니다. 자극적인 광고도 맞지 않았고, 성분을 신경 썼기 때문에 가격도 더 싸게 할 수 없었어요. 다른 브랜드는 히어로 제품을 만들어 바이럴 광고를 많이 해요. ‘우리는 저렇게 못하겠다. 과장이니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지, 잠깐 반짝 띄울 제품을 만드는 건 우리가 잘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아르베라는 브랜드 그 자체를 팔고 싶어요.

Q.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언제인가요.

일본에서 실제 제품을 쓴 고객이 X에 후기를 올렸는데, 그게 퍼지면서 리뷰가 쌓이기 시작했어요. 저희도 일본 Qoo10,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채널에 체험단·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다 해봤지만 효율이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사용자가 저희가 구현하고 싶었던 향과 질감을 알아봐줬어요. 저희가 의도한 게 아니라, 제품이 만들어낸 거예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생계가 어려워지더라도

브랜드를 포기한다는 선택지는 없었어요.”

Q. 그동안 투자를 받지 않았는데 자금 압박은 없었나요.

현실적으로 가장 힘든 것이 자금이었습니다. 저희는 사비로 사업을 시작해서 늘 돈이 부족했어요.

2023년 9~10월쯤 제품에 반응이 오기 시작했는데 자금 형편은 더 어려워졌어요. 팔리기 시작하니 생산비는 계속 들어가야 하는데 여전히 팔리는 제품보다 만들어내는 제품이 더 많았거든요. ‘이번에 안 되면 안 되는데’하는 마지막 같은 순간이 계속 있었어요. 대출도 최대한 받고 정부 지원도 받고 신뢰하는 거래처와 후결제로 변경하면서 버텼어요.

그래도 접자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사업이 잘 안 되는 게 아니라 자금이 부족해서 안 되는 것이었으니까요. 당장 생계가 어려워지더라도 ‘브랜드를 포기한다’는 선택지는 저희에게 없었어요. 그것 하나만큼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Q. 투자를 받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몰랐어요. 창업하면 당연히 창업자 돈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단순 투자 미팅 자리는 몇 번 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는 곳이 없었어요. ‘브랜드를 오래 함께 키워갈 파트너인가’를 생각하면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Q. 외부의 도움이나 조언을 구해볼 생각은 없었나요.

초기에는 사무실에서 일만 했어요. 판매가 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세미나도 가고 바깥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의논할 사람도 없었고, 고독함? 그런 것도 솔직히 잘 몰랐어요.

Q. 두 공동창업자가 모든 일을 나눠 한 것 같은데 버겁지 않았나요.

솔직히 모든 순간이 처음이었어요. 제품 개발부터 이커머스, 온라인 쇼핑몰 운영, 디자인, 물류 시스템, 홈페이지 제작까지 전부 처음 해보는 일이었습니다. 둘이서 이 모든 걸 나눠 맡았죠.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니까 어떻게든 했어요. 좀 더 효율적으로 할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매일 해요. 하지만 못하겠다는 생각은 안 해요. 특정 업무보다 더 어려웠던 건 ‘지금 우리가 선택한 방향이 맞는가’를 모른 채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음대로 팔려고 하는 것도 문제지만,

못 팔게 하는 것도 어떻게 하지?

걱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Q. 지구와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요.

2026년 초 전형준 대표가 브랜드사들끼리 교류하는 모임에 갔다가 알게 된 분을 통해 탠덤스튜디오의 손영대 공동대표를 소개받았어요. 투자의 필요성을 느끼고 알아보던 시기였어요. (지구 얼라이언스의 멤버인) 손영대 대표가 지구라는 회사와 같이 하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고 제안해서 지구와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Q. 지구의 철학과 방식 중 가장 와닿은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에게는 우리를 어떤 지점에서 알아봐 주었는지가 중요했어요. 손영대 대표와 지구에서는 ‘브랜드를 키우고 싶다’고 했어요. 지구는 단기 성과보다 오래 지속되는 성장을 지향하는데, 이게 아르베가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우리 방향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어요. 또 지구는 다양한 창업자들이 함께하는 곳이라, 창업자의 관점과 고민을 깊이 이해해 준다는 점이 든든했습니다.

Q. 지구에 합류를 결정하기까지 가장 고민한 지점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해소되었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엔 고민이 있었어요. 지구는 창업자와 끝까지 함께 가자는 철학을 가진 곳인데, 저희를 포함해 보통의 창업자들은 엑싯을 하나의 목표로 두잖아요. 마음대로 팔려고 하는 것도 문제지만, 못 팔게 하는 것도 문제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나중에 우리가 다른 판단을 하게 될 수 있는데 선택에 제한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구 경영진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걱정이 자연스럽게 풀렸습니다. 딜 과정에서 특정 기간 이후 지분을 팔 수 있는 유연성을 계약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조항보다 우리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 입장이 존중받는가’였는데 협의 과정에서 그 답을 얻었습니다. 지구는 일방적으로 결정을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걸 신뢰하게 됐습니다.

Q. 지구, 탠덤과 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는 무엇인지요.

당연히 자율성이었습니다. 저희에게는 이게 가장 중요했어요. 브랜드를 만들어온 사람의 시선과, 밖에서 숫자로 보는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 간극 때문에 브랜드가 흔들리는 경우를 여럿 봐왔으니까요. 지금도 실제로 거의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구와 탠덤 모두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을 잘 이해하고 있어서, 실무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이 거의 없어요.

“숫자를 보는 눈이 생기니까,

결정의 근거가 감이 아니라 데이터가 되더라고요.”

Q. 협의 과정에서 인상적인 점이 있었다면.

초기 스타트업이 당연히 갖추지 못한 부분들이 있잖아요. 시스템이나 문서, 정리된 데이터 같은 것들이요. 그런 미비한 지점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어서 협의가 수월했어요. 반대로 우리가 잘하는 부분, 그러니까 제품에 대한 이해나 현장에서 쌓아온 것들은 높게 평가해주었습니다.

Q. 지구홀딩스의 멤버가 된 후 무엇이 달라졌나요.

두 가지 변화가 특히 의미가 있었어요.

하나는 의사결정의 속도와 질입니다. 지구와 탠덤스튜디오가 방향을 제시해주고 현실적인 정보를 다양하게 나눠주니, 예전보다 결정도 빨라지고 결정의 근거도 단단해지고 있다고 느껴요. 듬직한 선배들이 생긴 것 같아요.

북촌 플래그십 출점이 그 예입니다. 사실 저희는 오프라인에 회의적이었어요. 이전 팝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 경험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탠덤 손영대 대표가 최근 관광객 유입 상황이나 성수 같은 곳에서 뷰티 브랜드들이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구체적 데이터와 사례로 보여줬어요. 그 인사이트를 토대로 다시 조사해서 빠르게 출점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이었다면 회의적 경험에 머물러 타이밍을 놓쳤을 겁니다.

Q. 또 다른 변화는 무엇인가요.

다른 하나는 저희가 유독 약했던 영역이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손익과 현금흐름을 관리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제품별 판매 수량 같은 기본적인 숫자조차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어요. 정확히는 그럴 틈이 없었습니다. 둘이서 기획부터 물류까지 다 쳐내다 보면 눈앞의 일이 늘 먼저였으니까요. 지금은 ‘이걸 왜 봐야 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방식으로 보는지, 누가 관리하는 게 맞는지까지 함께 이야기합니다. 한 번 알려주고 끝이 아니라 계속 팔로업하면서 코칭해 주는 방식이에요. 숫자를 보는 눈이 생기니까 결정의 근거가 감이 아니라 데이터가 되더라고요.

목표를 세우는 방식도 달라졌어요. 초기 브랜드일수록 연간 목표를 설정하는 게 정말 난감해요. 근거로 삼을 데이터도 적고, 숫자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감이 잘 안 오거든요. 지구·탠덤과는 목표를 왜 세우는지, 어떻게 세우는지,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는지를 함께 논의합니다.

Q. 지금 아르베는 어떤 단계이고 앞으로 계획은.

브랜드 정체성이 정돈되고, 제품도 나왔으니, 이제는 제대로 알려서 양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당장은 해외 시장 비중이 더 높겠지만 국내에도 서울 북촌에 오프라인 플래그십 매장을 곧 내려고 합니다.

Q. 지난 창업 5년을 돌아보면 잘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오래 걸렸지만, 저희가 생각한 브랜드를 여러 방향으로 두지 않고 지향하는 것을 계속 한 것, 브랜드 색깔 하나는 잃지 않은 것 같아요.

그 당시에 (그렇게 하면 된다는 걸) 알았다면 그렇게 했겠지만 (나름대로) 잘해왔다고 생각해요. 수업비로 돈을 많이 썼지만 경험하고 배우는 시간이 필요한 거니까요.

Q. 그 시간 동안 창업자가 꼭 지켜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요.

두 가지예요. 하나는 그 자리에 계속 있는 것. 성공에는 운이 크게 작용하거든요. 기회가 왔을 때 잡으려면 포기하지 않고 거기 있어야 해요.

다른 하나는 고여 있지 않는 것. 잘 안 되는 지점을 계속 들여다보고, 어떻게든 되게 만드는 것. 그걸 매일 하는 게 결국 브랜드를 지탱한다고 생각해요.


아르베처럼 좋은 제품과 고객을 만들었지만, 다음 단계가 고민인 창업자.

회사를 떠나기보다 믿을 수 있는 파트너와 오래 키우고 싶은 창업자.

지구는 그런 창업자를 찾고 있습니다.

창업자는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고, 지구는 혼자 만들기 어려운 자본·경영 인프라·시장의 기회를 더합니다.

업종과 지역에 관계없이, 꾸준한 이익을 만들고 있으며 다음 성장의 전환점에 선 기업이라면 연락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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